│그리날다 칼럼│면접의 시대

면접의 시대



지난 해, 수시와 정시를 거쳐 치러진 2023학년도의 미대 입시 현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일선에서 매년 미대입시를 지도하는 진학지도 교사들 입장에서 보면 입시 요항의 정원과 반영 비율, 실기 고사 과목 등에서 학교마다 소폭의 변화는 있었으나 전체의 판도가 바뀌는 흐름은 발견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언 듯 겉으로 드러난 제도와 규칙으로 드러난 변화는 크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전체적인 판도를 바꾸는 제도적인 변화는 크게 드러나지 않는 미세한 곳에서 작은 모양이지만 강력한 에너지로 시작된다. 댐이 아주 작은 물 구멍으로 균열이 시작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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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학 학생 선발 과정의 세부적인 내용과 드러난 결과를 쫓아가다 보면 아주 중요하고 크게 느껴지는 본질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그 변화의 가장 큰 흐름은 홍익대에서 시작되었는데, 이미 십 수년 전부터 비실기 전형으로 알려진 전형 방식이 입학 사정관제와 학생부 종합전형을 거치면서 쌓은 축적의 성과가 질적으로 달라지는 상황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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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 방식으로만 보면 최근 홍익대의 변화가 대단하다고 느껴질 만한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교육개정안에 따른 학생부 기록 내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홍익대의 미술활동 보고서 작성 지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전까지 수시 전형에서 일정 수준을 넘어선 지원자에게만 요구하던 ‘미술활동 보고서’ 제출을 2년 전부터 모든 지원자에게 확대한 것이 그나마 가장 큰 변화였을 것이다. 그보다 유의미한 변화는 최근 2년 간 면접을 다녀온 학생들의 문제가 어려웠다는 푸념에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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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의 전공과 관련된 감상 및 해석 문제와 아이디어 전개 관련 2번 문제로 구성된 면접 고사가 형식적으로는 매년 같은 방식이지만, 질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술사 적으로 널리 알려진 보편적 예시와 배경으로 출제되던 감상 문제가 현대미술과 동 시대적인 감상, 나아가 사회적인 의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문제로 확장되어가는 것이 감지된다.

2번 문제도 과거의 아이디어 스케치 수준의 난이도에 비해 여러 이미지를 합성하거나 고려할 변수를 더 복잡화한 방식으로 어려워졌다. 마치 2차 함수에서 다차함수로, 평면에서 공간으로 차원이 높아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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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난이도 상향과 함께 면접으로 인해 당락이 결정된 징후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학생부와 성적으로만 보았을 때 예년이라면 당연히 합격하였을 학생들 일부와 성적만으로는 합격하기 어려워 보였던 일부 학생들의 희비가 엇갈린 현상이 뚜렷하다.

더욱이 국민대가 작년부터 정시에 면접을 시작했고, 이화여대, 고려대 등의 미대입시 수시 전형에서도 면접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신호가 발견된다.

결국 홍익대의 면접 문제 난이도 상향은 면접의 변별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드러났고 이러한 면접고사의 중요성은 다른 학교의 예에서 보이듯이 하나의 흐름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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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홍익대는 왜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을까?

홍익대가 발표한 2024학년도의 입학전형 시행계획에서 전형유형이 바뀐 것이 눈에 띈다. 작년까지의 미술우수자 전형의 전형유형은 ‘학생부 종합전형’이었는데 24학년도의 시행계획에는 ‘실기/실적 위주’로 유형구분이 변한 것이다.

다른 과와 유형의 학생부 종합 전형은 그대로 남겨두고 미술우수자 전형만 분리해 구분을 바꾼 것은 선발 과정에서 실기,실적을 중요한 변수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는 면접에서의 약식 실기테스트가 더 이상 ‘약식’에 머물지 않고 충분히 변별력을 가진 실기 테스트로 활용될 것이라는 신호다.

대회나 공모전 참가 등을 실적으로 평가하지 않겠다는 그동안 홍대의 지침이나 기타 미술 실적물을 기록하기 힘든 고교 생활기록부의 환경을 고려한다면 이런 변화에서 읽을 수 있는 두 가지는 홍대 측이 생기부와 미술 활동 보고서를 기반으로 정성적 실적 평가의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신호이자 면접 고사의 중요성을 평가 기준과 당락의 변수로 활용하겠다는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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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앞으로 당락을 결정지을 수 있는 미대입시 면접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그 해결책은 앞선 감상 문제의 예와 전형유형의 변화에서 찾아가면 된다.

미술사를 공부한다면 작가와 사조를 외우려는 노력보다 이해하고 감상하는 것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저 작가는 왜 저 소재를, 저렇게 변형하여, 어떤 주제를 담고 싶었을까? 하는 등의 의문을 품고 접근하기를 권한다. 아울러 다양한 독서와 토론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를 둘러싼 동시대적인 주제와 화두에 열려 있어야 한다. 미술은 본질적으로 인간과 사회의 다양한 삶과 환경에 대한 통찰이자 인문학적 다양성의 정수이기 때문이다.

또 기존의 약식 실기테스트가 변별력을 갖는다는 전제로 다양한 화면구성과 아이디어 전개 과정을 경험하며 문제 해결의 실질적인 능력과 순발력을 갖추어 가야 한다. 비실기 전형으로 오해하여 학과 성적관리에만 몰두한 암기형 인재상으로는 면접 현장에서 큰 곤란을 겪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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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면접이 중요해지는 미대입시의 변화는 미술교육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에 대한 하나의 단서가 된다.

재현의 기술을 미덕으로 삼아온 기능 중심의 미술 전문 교육이 인지 사고력을 중심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옮아갈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잘 그리는 기술자를 길러내던 훈련 방식이 사고력을 기르는 창의 교육으로 대체되어 갈 것이다. 물론 ‘잘 그리는’ 표현 능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여전히 시지각은 보는 감각과 표현하는 감각이 기본일 것이고, 거기에 정보를 이해하는 문해력과 구체적인 사실과 추상적 사유를 넘나들 수 있는 사유 능력,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성이 더해져 한 층 진화된 교육 과정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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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그 출발점으로 제안하고 싶은 가장 쉬운 실행방법은 의문을 품고 질문하라는 것이다.

궁금증과 호기심은 대상에 대한 관심이고 공감력이다.

CHAT GPT의 출현으로 이제는 인공지능이 소설까지 쓰게 될 스카이넷(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가상의 네트워크 인공지능)의 시대에 호기심으로 단련된 예술가는 인간의 마지막 경쟁력인 공감 능력을 제대로 갖춘 인재로 활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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