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 인공지능과 미술

그리날다 전문가 칼럼_인공지능과 미술

다시 봄 – 인공지능과 미술

지난 2020년은 코로나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인류의 역사는 2020년을 코로나로 각인하여 남길 것이다.

우리 생활의 변화에 미친 영향력을 가늠하여 보면 그 충격은 100여년 전의 스페인 독감이나 항생제로 대표되는 20세기 현대의학의 체제화보다 훨씬 강력할 것이다.

그리날다 전문가 칼럼_인공지능과 미술2

코로나가 몰고 온 변화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 중 하나는 달라져가는 세상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탐색현상이다.

예전 같으면 일부 인류학자나 미래학자 등 소수의 엘리트들과 지식인들에 의해 연구되고 논쟁되던 범위가 확대되어,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담론은 이제 대다수 보통 사람들의 관심이자 화두가 되었다.

그 중 가장 큰 이슈는 뭐니뭐니해도 4차산업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아닐까?

인공지능과 로봇, 3d프린팅 기술이 인류의 직업을 잠식할 것이라는 예상은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환경을 만나 급물살을 타는 형국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뱅킹의 확대로 선망의 직장이던 은행원들은 구조조정의 위기에 몰려 있고, 무인발권과 키오스크로 인해 시급 아르바이트 조차도 자리가 귀하다는 상황이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10년 후 일자리의 60% 이상이 아직 탄생하지도 않은 상태”라고 예상했다.

자녀가 미대진학을 준비하는 어느 부모가 “미술같은 창의적인 분야는 인공지능에게 대체되기 어렵지 않겠어요?”하며 한껏 희망적인 바람을 담아 묻는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즉답하기 어려운 난처한 상황이 된다. 흔쾌히 긍정할 수 없는 상황이 상상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최 고수 바둑기사를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이 완승하고도 5년이 흘렀다. 먹지도 자지도 않으면서 딥러닝으로 학습중인 알파고들은 지난 5년간 얼마나 더 많은 경우의 수를 학습하여 진화했을지 우리의 어림짐작으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일 것이다.

그림에 있어서는 어떨까?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고흐의 미공개 작품이 있다고 하자. 그림 감상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고흐의 작품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다. 그것은 대단히 고매한 식견이나 안목을 필요로 하는 수준의 난이도가 아니다. 전공자가 아니라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가능한 수준의 판단력이다. 그만큼 미술 작품에 있어 화법의 정체성은 대단히 복잡한 수준의 기술적 로직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만일 인공지능에게 고흐의 모든 작품을 학습시킨다면?
인공지능이 고흐가 대상을 인지하는 방식으로 형태와 색상을 조성하고, 붓질의 속도, 중첩된 농담의 질서를 딥러닝을 통해 학습한다면? 유화물감을 출력튜브에 담은 3d프린터가 ‘고흐의 해바라기’에 머물지 않고 고흐의 장미와 고흐의 벚꽃 풍경을 구현해 낼 것이다. 고흐가 그린 21세기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세잔과 모네와 고흐와 앵그르와 다비드를 학습한 인공지능 화가가 대상에 따른 가장 적절한 기법을 구사한다면? 이런 과정을 상상하여 보면 디자인에서도 인류의 다양한 시각적 경험치와 생산물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훨씬 우수한 성취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미술의 작가적 독창성에 대한 권위의 문제는 사회적 논쟁의 영역이므로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다.

오히려 미술에 있어서 인공지능으로의 대체는 기술적 난이도 때문이 아니라 경제적 가치 때문에 늦어질 것이다. 미술이라고 하는 시각예술 분야의 기술적 속성과 복잡성으로 볼 때 이미 인공지능으로 대체가 가능한 수준으로 보아도 타당하다.

다만 로봇 수술과 법률 서비스가 대체할 의사와 법률가들의 인건비에 비하면 미술활동의 인건비는 아주 낮은 수준이고, 전 사회적으로 그리 많은 용역을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투자대상의 가장 후순위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미술과 관련된 직업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면 그것은 부가가치가 높은 직종부터 시작될 것이고 대체되지 않는 직종이라면 ‘돈이 안되는’ 분야일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미술을 전공하는 일은 암울한 미래를 맞이하는 것일까?

그런데 이 대목에서는 사정이 좀 다르다. 엄밀히 말해 현재의 대학교육과 직업교육 거의 모두가 암울하다고 하는 편이 적절하다.
나는 그나마 미술과 관련된 전공은 상대적으로 덜 절망적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은 기술력이 아니라 ‘인간성’에 있음을 강조한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인간적인 공감능력과 역사인식,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사유능력, 인공지능이 갖지 못하는 그 통찰력이 인간의 마지막 경쟁력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미술은 가장 인문학적이고 역사적인 통찰을 거치며 조성되어 왔다. 인류의 다양한 생산활동과 문명이 반영된 결과이며 가장 앞서서 시대를 예측하여 온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예술가들의 직관과 경험이 축적된 미술은 인류의 가장 진화된 고도의 정신 문화 영역이다.

아울러 미술가들은 대상을 관찰하고 드러내야 하는 의무감으로 세상과 가장 긴밀하게 소통하고 교감하는 역할을 훈련하기 때문에 가장 정직하고 인간적일 수밖에 없는 성정을 갖게 된다.
미술가가 괴팍하고 독선적이라는 혹자들의 선입견은 신비주의 뒤에 미술을 숨겨 자신들의 권력형성의 도구로 전락시킨 한 줌의 근대주의자들에 의한 왜곡과 날조가 큰 역할을 하였다.
미술은 관찰로 인해 객관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대상과 깊은 교감으로 가능한 가장 인간적인 활동이다.

오래 전 제자가 20년만에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께서 그러셨어요. ‘그림은 착한 사람이 그리는 거야, 심성이 안된 인간은 도무지 그림을 잘 할 수가 없는 거란다!’ 라구요”
지금은 교직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그의 성장과정에서 그 말이 아주 중요한 지침이었다는데, 세월이 지나 각색된 나의 기억에는 남아 있지 않은 기록이다.
내가 그렇게 멋진 말을 했었다구?
아무렴 어떤가, 미술에 대한 아주 적절하고 명징한 표현이지 않은가!

미술적 소양이 인공지능 시대의 중요한 인간적 경쟁력이 될 수 있는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날다 칼럼리스트

그리날다 칼럼니스트 이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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