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학교

코로나와 학교

그리날다 칼럼_코로나와 학교_1

코로나19는 2020년의 지구촌 풍경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각별해진 개인 위생관념과 대중적 모임의 성격이 변하고, 재택근무가 등장했으며, 각종 모임은 온라인 미팅으로 대체되었다. 참가와 만남의 예의와 체면치레는 불참과 비대면 예의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장면은 당연히 학교다.


개학을 연거푸 연기하다 기어이 “온라인 출석”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방법이 고안되었다.
여기서 한국의 정보기술 선진국으로서의 면모는 방역 선진국으로서의 위용과 함께 또 한 번 빛을 발하고 있는 중이다.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아이의 식사와 학업을 챙겨줘야 한다는 엄마들의 푸념에 그동안 학교가 수행해 온 다양한 사회적 역할이 떠올랐다. 학교가 가진 기능 중 온라인 강의로 대체된 ‘학습’의 영역이 얼마나 중요한 비중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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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교무회의에서 온라인 강의 준비에 곤란해하는 교사들에게 “너무 부담 갖지 마시라. 그냥 수업 일수를 맞추기 위한 방편이다. 너무 잘하려고 할 필요 없다.“고 했다는 교장선생님이 있었단다. 곤란해하는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빈말이라고 하기엔 상황을 너무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행정 책임자로서의 속마음이 드러난다. 그렇다. 온라인 개학이라는 것이 전체 유급을 막기 위해 마련된 궁여지책일뿐더러, 그 긴급한 즉흥성으로 인해 학습의 효과는 미지수일 수밖에 없다. 어느 교육정책이 이렇게 긴급하게 마련, 시행된 선례가 있던가?

여기서 학교라는 시스템은 두 가지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우선 온라인 강의 컨텐츠의 질의 문제다. 온라인 학습의 효율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사용자들의 평가에 의해 이미 검증되어 유통되는 다양한 동영상과 음원들이 완성도에 있어서 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초중고생의 어떤 교과목 강의도 관련 주제어 검색으로 눈을 떼지 못하도록 재미있는 유튜브 동영상을 골라 볼 수 있다. 그러니 사회적 보편제로서의 학교교육이라는 컨텐츠가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다양한 동영상 컨텐츠보다 조악하거나 부족하다는 점으로 학교가 미래 사회의 구성원을 길러내기에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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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학교의 역할이 지식의 전달에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하는 반문이 제기된다.
당연히 학교는 학습만이 아닌, 다양한 체험활동과 놀이, 그를 통한 인간관계의 역할 체험과 사회화의 과정을 습득하는 아주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그런데 그런 중요한 내용이 수료의 중요한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화가 부족한 학생이라도 출석을 채우고 시험에 응시하면 해당 학년을 이수한 것으로 통과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학교가 가진 두 번째 딜레마가 발생한다. 학교의 기능 중 ‘학습’의 영역은 매우 제한적이고 부분적인 역할인데, 모든 행정적 시스템은 ‘학습’을 목표와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근대화 과정에서 노동을 통해 사회에 복무하는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교의 역할이 근대성을 지나 다원화된 지식 정보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지체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랜 전부터 많은 교육 전문가들을 통해 지적되어 온 문제였는데, 코로나19라는 해일 앞에서 갑자기 벌거벗겨져 드러난 것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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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년 전, 지구촌이 전쟁을 치르던 시절에 스페인 독감으로 WHO라는 기구가 만들어졌고, 그로부터 몇 년 뒤 미국 발 대공황이 서구 자본주의 열강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 영향으로 국가의 역할에 대한 자성과 수정 자본주의와 냉전체제가 시작되었다. 공교롭게도 100여 년이 지나 코로나가 휩쓸고 경제 위기의 징후가 곳곳에서 100년 전의 그것보다 훨씬 더 강력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백년의 근대 시민 교육이라는 임무를 수행해 온 학교의 역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지난 세기말부터 ‘대안 교육’이라는 이름을 실험해 온 모험가들의 미래에 대한 상상이 혁명적인 환경에서 갑자기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학생도 학부모도, 모든 사회의 미디어와 지식 정보 유통의 방식이 달라졌다. 달라진 시대의 패턴은 절대로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제 학교의 시스템과 학력 제도가 그에 맞게 달라지는 숙제만 남아있다.

그리날다 칼럼리스트

그리날다 칼럼니스트 이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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