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사회’의 불투명 미대입시

투명사회’의 불투명 미대입시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2014년 저서 ‘투명사회’에서 더 많은 정보의 민주적 투명성이 가지는 효율성에 대하여 문제제기하였다. 민주적 신뢰를 위해 확장되어진 무한한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킹은 무제한의 감시자들로 돌변하여 결국 개인의 자유의지를 억압하는 ‘디지털 통제사회’로 귀결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도시에 사는 개인이 집을 나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고 어느 식당에서 밥을 먹고 누구와 통화하고 어느 공간에 얼만큼 머물렀는지, 어느 경로를 거쳐 퇴근하였는지, 그가 남긴 기록은 도심을 촘촘히 비추는 CCTV와 신용카드 정보와 출입기록 장치를 통해 완벽하게 기록된다. 이름과 전화번호 같은 개인의 최소 정보만으로도 구글링 몇 차례를 거치면 sns와 웹상에 떠도는 디지털 조각들을 통해 그의 인적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시대라는 걸 감안하면 아주 공감가는 통찰이다. 개인정보 보호법이 강화되어 가는 세태도 이러한 공포감 때문에 조성된 분위기라 할 수 있겠다.
분명 현대사회는 한병철이 제기한 바와 같이 ‘투명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장되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투명사회’의 불투명 미대입시 (2)

이러한 무한한 정보공개와 하늘 아래 감춰질 것이 없을 것 같은 시대에 내부정보라는 이유로 전혀 공개되지 않는 정보들도 있다. 외교 기록이나, 국방 등 공동체의 이익을 지킬 목적의 국가 기밀이나 기업의 생존과 관계된 내부정보 등이 그러하다.
대학의 입시정보는 어떤가? 그 또한 모든 대학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입시정보와 예상되는 전형요항을 꼼꼼히 공개하고 있다. 게다가 국회 교육위의 국정감사 대상에는 대학의 입시과정과 결과도 포함되므로 대충 숨길 수 없는 정보임이 분명하다.

대학의 입시요강이라는 것은 각 항목별 배점과 합산방식, 채점 방식까지 자세하게 공지하여 알리는 지침이다. 당연히 미술대학도 그러한 세부 시행 지침 등이 마련되어 공지하고 있다. 그런데 더 깊이 들어가면 학교마다 상황이 좀 달라진다.

어떤 학교는 실기의 배점 비율, 전년도 합격자의 수능과 실기성적에 대한 표본 등의 세부 결과까지 공개하는 반면 다른 학교는 입시 결과에 대해 전혀 공개하지 않거나, 실기 채점의 세부적인 경과와 지침도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 심지어 관련 이해 당사자인 학부모나 학생이 문의해도 내부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거나 고등학교와 학원기관의 요청에도 공개할 수 없다는 원칙으로 일관하는 대학들이 많다.

이 정보가 민감한 이유는 수험생들이 해당 학교를 지원할 때 당락을 예측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실기와 수능 비율이 50:50인 ‘가’,‘나’ 두 학교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가’대학은 실기 채점시 배점 비율을 A,B,C,D로 구분하여 응시생의 10%, 40%, 40%, 10% 각각 배정한다고 하고 ‘나’ 대학은 20%, 40%, 30%, 10% 로 배정한다고 하면 두 학교의 입시결과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펼쳐진다. 실기성적이 좋고 수능 성적이 낮은 학생이라면 ‘가’대학을 지원할 것이고, 상대적으로 실기보다 수능 성적이 높은 학생은 ‘나’ 대학을 지원할 것이다.

이러한 세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대학 측의 답변은 응시생 수와 해마다 실기 수준에 따라 채점 방식에 변화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이다.

그런데 그러한 변명이 옹색한 이유는 해마다 수험생들의 수와 지원자의 추이는 크게 변하지 않는 통계치와 흐름이 있고, 실기의 수준 또한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평준화되어 매 해 비슷한 비율로 구분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을 보여준다는 게 채점 관계자들의 증언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대학처럼 이미 수 해 전부터 완전한 공개를 시행하고 있는 선례를 보면 입시정보 공개로 인해 후일 우려되는 시시비비의 소지와 문제도 중요한 이유는 아닐 것이다.

 

투명사회’의 불투명 미대입시 (4)

결국 이러한 실기 채점 메뉴얼을 미리 공개하지 않는 것은 채점 현장에서 변수가 개입하여 결과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로 귀결된다.
물론 우리는 대학 측이 불의한 의도를 가지고 공개를 꺼린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모든 공적인 정보의 공개가 그 사회의 민주적 지표의 기준이 되고 그를 통해 불공정한 왜곡과 누군가의 부정한 유혹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확장된 정보공개를 걱정해야 하는 투명사회의 시대에 유독 일부 미술대학의 실기고사는 불투명하게 숨겨져 있다는 아이러니가 대조적이다.
설마 채점위원의 고매한 예술적 권위-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지존의 안목을 보호하기 위함인가? 그렇다면 더더욱 전면 공개를 통해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여 일반인들의 예술적 안목을 깨우치도록 계몽해야 할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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